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놀이터에 모인 고학력 엄마들, 경력 단절은 어떻게 시작됐을까?

수주아 2025. 4. 1.

오늘도 회사에서 퇴사자 한 명이 또 생겼어요. 벌써 올해만 두 번째 퇴사인데요. 워낙 밝고 일에 욕심도 많은 직원이었는데, 결혼 후 임신 계획을 고민하던 중 퇴사를 결정했다고 하더라고요.

 

누구나 처음은 잠시만 쉬는 것부터,
경단녀가 되는 과정은 그렇게 시작된다.

 

저희 회사가 육아휴직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, 임산부에 대한 배려를 안 해주는 회사도 아닌데 왜 그만둘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요. 2시간 가까이 면담해 보니, 결혼하고 나니 집에서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.

 

경력 단절의 시작, 어디서부터 일까?

경력단절-시작
경력 단절은 어떻게 시작되는 것을까

 

'나는 절대 결혼해도 일을 그만두지 않겠다'라고 선언했던 직원이었어요. 그런데, 결혼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바뀐 것 같더라고요. 너무 공감 가는 건 저도 똑같았거든요.

 

그러다 일이 힘들어지기 시작하는 시점,
임신도 해야 하고, 출산도 해야하고, 

 

회사를 그만둘 이유가 너무 많죠. 그렇게 첫 번째 고비를 잘 넘어가도 이번엔 아이를 낳고 나서 두 번째 고비가 오더라고요.

 

아이가 한참 말을 쫑알거리기 시작할 때쯤,
엄마 회사 안 가면 안 돼?

 

아이에게 미안하고, 내가 뭐 얼마나 대단하게 잘 살겠다고 이러고 있나 싶죠. 거기에  월급이 돌봄 선생님께 전부 가기 때문에 가정경제가 크게 좋아지지도 않는데 굳이 내가 일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은 더 커지더라고요.

 

이것뿐이겠어요. 고비가 너무 많죠. 아이가 아플 때, 초등학교 입학할 때 등 수많은 고비를 이기고 일을 하기란 너무 어렵다는 거죠.

 

회사가 경단녀를 채용하기 어려워하는 이유

힘들어도-포기하지-않기
힘들어도 누군가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요.

 

그렇게 고학력에 능력이 많았던 수많은 여자들이 일을 그만두고 쉬게 되는데요. 처음에는 아이가 조금만 크면 다시 일을 해야지 생각하지만, 아이가 크면서 손이 더 많이 가더라고요. 거기에 취직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쉬는 기간은 더 길어질 텐데요.

 

회사는 왜 고학력의 경단녀를
채용하기 어려워할까요?

 

사실 제일 중요한 이유는, 바로 쉽게 그만두는 것에 대한 평가 때문입니다. 물론 그만두는 게 쉽지 않았을거예요. 최대한 버틸만큼 버텼다가 그만두었을 꺼예요. 하지만 그간 수많은 힘듦을 다 견디고 버틴 사람을 이길 수는 없죠. 

 

일을 못할 것 같아서 또는 일에 대한 감이 떨어져서 채용을 못하는 게 아니라는 게 더 큰 문제거든요. 물경력자도 많은 세상에, 경단녀의 '프로젝트를 마칠 때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완수하겠습니다.'라는 말은 믿을 수가 없어지게 되거든요.

 

사실 해결책은 버티는 것이지만,
정말 안 되겠다면 쉬지는 말아야 해요. 

 

수많은 경단녀분들 중에 채용이 잘 되시는 분들도 꽤 많으시거든요. 그런데 그분들은 쉬는 동안 꾸준히 무언가를 해오셨다는 거예요. 그게 단순 알바라도 말이죠.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던 사람의 근성을 더 보는 것 같아요.

 


임신도 해야 하고, 일도 잠시 쉬고 싶어서 그만두겠다는 직원에게 한번 쉬면 다시 일을 하는 게 그렇게 만만치 않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어요.

 

하지만, 한번 그만두고 쉬겠다고 생각한 사람의 머릿속엔 벌써부터 여행 가고,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생각이 가득하더라고요. 절대 그게 나쁜 건 아니에요. 문제는 지금의 선택이 나중에 나에게 어떻게 되돌아오느냐라는 거죠. 

 

지금 일을 그만두고 쉬고 싶으신가요. 아마 그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죠. 저도 그러니까요. 하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누군가는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. 버텼던 사람을 이기기는 쉽지 않죠. 

 

그러니 버티셔야 해요. 지금의 직장이 아니더라도 내 경력이 중단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무언가는 자꾸 만들어가셔야 해요. 나는 쉬고 있지만, 다른 사람들은 다 열심히 버티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으니까요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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